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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생물종55 관찰기록76

호랑나비
5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날개에 찢어진 부분은 없으나 밟혀서 일부 비늘이 떨어져 색이 옅어진 부분이 보인다. 터진 내장의 색은 진한 노란색이다. 날개를 제외한 몸체는 완전히 납작해져 있다. 1차로 차에 충돌한 충격으로 사망하여 추락한 개체가 2차로 후속 차량에 밟힌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새로운 근무지에서의 여름 조사 때 조수석에 앉은 나는, 차로에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곤충이 얼마나 많은지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까지 신경 쓰며 운전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터임에도 충돌을 막기 위해 차량의 속력을 줄이거나 하는 등의 배려는 인상 깊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고 난 차의 앞에는 나비나 잠자리, 메뚜기가 끼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나비나 잠자리도 로드킬을 많이 당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에는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납작하게 죽은 저 나비를 보고 잊고 있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리 우리가 선을 긋고 분리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공간이 나뉜 것임은 아님을.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9일

줄각다귀
4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머리에 비해 눈이 굉장히 크고 입 부분의 부속지가 굉장히 크다. 눈은 녹색이며 더듬이는 머리와 가까운 부분일수록 주황색을 띠고 끝으로 갈수록 검은색이다. 몸체는 멀리서 보았을 때는 날개 때문인지 그저 갈색 빛만 눈에 띄었는데 가까이에 가서 옆모습을 보니 와아- 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의외의 색이다. 몸체는 아주 밝은 햇살에서 대충 보았을 때의 몸 색은 회색 혹은 약간 어두운 상아색에 가깝지만 햇볕이 약해지는 시간 즈음에는 꽃마리가 생각나는 푸르스름한 색이다. 등면은 옅은 검은색에 약간의 은빛이 감도는 색이다. 다리의 색은 몸의 안쪽 마디는 주황색이지만 그 외에는 검은색에 약간의 푸른 색이 섞여있다. 다리는 세 쌍 이지만 뒤의 두 쌍과 앞의 한 쌍의 높이 차이가 발생한다. 게다가 세 쌍을 전부 이용해 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 뒤의 두 쌍만이 실질적으로 몸의 대부분을 지탱하고 가장 앞쪽의 한 쌍은 균형 혹은 지형에 따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 부분의 등판은 옅은 검은색이고 가운데로 옅은 살구색의 줄이 나 있고 마디 사이마다 겉으도 드러나지 않는 안쪽은 푸른 색을 띠고 있다. 교미를 위한 수컷의 꼬리 부속지는 움켜 잡기 쉬운 집게의 형태이며 암컷은 뾰족한 침의 형태이다. 수컷의 몸체가 암컷에 비해 작고 얇은 편이다.

원래 그냥 지나치는 길목이었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각다귀들이 많길래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많은 수의 줄각다귀 암수가 짝짓기를 위해서인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바닥에는 짝짓기를 마치고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의 죽거나 힘없이 다리만 까딱거리는 개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이 곳에서 같은 녀석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그저 우연히 습지를 찾아 방문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난 오늘도 발견하게 된 것은 이 녀석이 이 곳에서 번식을 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굳이 넓은 약수터 자리나 근처의 수로가 아닌 약수터의 틈새 사이로 흘러나온 물에 의해 습한 땅이 된 부분 근처에만 몰려들고 있었다. 흥미가 생겨서 좀 더 지켜보니 산란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컷 개체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눈길을 끌었다. 다리에 매달린 몸을 빳빳하게 세로로 세우고 콩콩콩콩 빠르게 방아를 찧듯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배의 끝에 달린 산란관으로 땅을 찌른다. 이렇게 땅을 찌르는 이 행위는 1초에 여러 번도 찌른다. 크게 만날 일 없을 줄 알았던 각다귀를 이렇게 자세히, 오래 본 것은 처음이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0일

도롱뇽
2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분수대에 힘없이 떠 있는 것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물에 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관찰한 관찰한 도롱뇽들 중 유난히 체색이 옅었다. 몸의 군데군데에서 작은 곰팡이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도롱뇽 서식지가 걸어서 5분 거리일 뿐만 아니라 숨을 곳, 먹을 것 하나 없이 인공시설로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이 곳까지 오게 되었을지 상상이 쉽게 가지는 않는다. 하루 건너 연달아 비가 내렸었는데 높은 습도를 틈타서 낮에도 조금씩 이동을 했을 것이다. 이 곳까지의 여정이 아마 순탄치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도착한 이 분수대의 웅덩이에는 아무런 먹을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대로 갇혀버린 것이다.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90도 절벽도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점액을 묻히며 오르내리는 생활을 했을 텐데 그러한 삶의 방식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재단된 대리석 절벽 앞에서는 무리였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이 곳에서 익사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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