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를 잔뜩 묻힌 꽃벌 한 마리가 임도 변 돌 무더기 사이로 들어간다. 그곳에 집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살금살금 다가가니 행방이 묘연하다. 한참을 기다리니 들어간 놈은 다시 나오지 않았는데 다른 벌이 근처의 돌 무더기 사이로 또 들어간다. 돌을 들추어 볼 생각으로 돌 주변의 낙엽을 걷어내니 낙엽 밑에 아주 작은 구멍 하나가 보이고 그 구멍이 작은 흙 덩어리로 대충 막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순간 그 잠시 동안에 벌어졌을 상황이 본 듯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조금 전 그 벌이 저 구멍 안으로 들어가며 빗장으로 쓰려고 구비해 두었던 저 흙 덩어리로 막아 입구를 숨긴 것이 틀림 없으렸다. 조금만 기다리면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이 외지고 저 흙 덩어리를 밀치며 주인이 나타나겠지. 조금 기다리니 다른 벌 하나가 돌아와 입구로 다가가더니 주변의 낙엽이 걷어진 것을 보고는 그대로 들어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닌 척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러는 사이 먼저 들어갔던 놈이 흙을 밀쳐내고 머리를 내민다. 그 순간 그놈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챘나 보다. 머리만 내민 채 나오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쳐있다. 다른 벌들이 연이어 들어와 붕붕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