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2023년 4월 2일, 인왕산-북악산에 큰 불이 났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방문한 인왕산에서 다시 만난 신갈나무다. 사실 인왕산이 생각했던 것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산에서도 죽은 나무는 자주 볼 수 있었고, 4월은 비교적 겨울과 가깝게 느껴지는 시기니까 저기 어떤 나무가 헐벗고 있는다고 해서 그게 탔는지 어쨌는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득 생각해보니 지금은 너무나도 봄이었고, 산의 초입에서 봤던 풍경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라는 걸 인지하고 나서야 아, 이 모든게 타서 이렇구나, 산불의 흔적이구나, 깨달았다. (산불이 크게 난 산은 처음 가봐서 무지했다.) 반면 신갈나무가 그 자리를 새롭게 노리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작게 푸르게 올라오고 있는 옅은 잎과 얇은 가지들은 전부 신갈나무였다. 햇빛을 따라 얇은 선을 그린 옅은 초록색들이 다시 온 봄을 알리고 있었다. 그래서, 인왕산의 여름이 기대되었다. 이 연약한 초록빛이 어떤 짙음을 일궈낼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아이의 손등을 만지듯 아주 부드럽고 매끄럽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야들야들한 잎들이 얼마나 큼직해지는지, 얼마나 단단해지는지 보고 싶었다. 이미 몇몇 가지는 제법 길게 뻗어나갔고 귀걸이같은 긴 꽃도 많이 늘어뜨린 상태였다. 내년 여름에는 좀 더 푸르게 덮이려나. 기대가 된다.
관찰정보
생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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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체계식물계 Plantae > 피자식물문 Magnoliophyta > 목련강 Magnoliopsida > 참나무목 Fagales > 참나무과 Fagaceae > 참나무속 Quer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