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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치

김유호

2024년 1월 10일 오후 9:15

갑자기 날아든 새 한 마리! 힐끗 보고는 급하게 사진에 담는다. 요즘 늘 이 위치에서 보는 딱새 암컷! 오늘도 모습을 드러내 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녀석이 앉는 위치가 평소와 다르다. 솔숲 근처에 있는 낮은 벚나무 가지 위, 항상 앉던 자리를 놔두고 오늘은 구골나무목서의 꼭대기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늘 아침에 놀고 가던 녀석이 오늘은 오후에 왔네? 자주 보던 녀석의 루틴과 달라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녀석이 이동하는 경로와 평소 행동이 어떤지 모두 알지 못하는 나로선 ‘녀석도 생명체고 그럴 수 있어... 나만 봐도 늘...’ 이라 생각하며 그 사소한 차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촬영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난 잠시 혼란에 빠졌다. 아까 본 녀석의 사진 속 모습이 평소 보던 아니, 나중에 실제로 찍히기도 한 암컷 딱새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기부(얼굴과 접한 부분)가 노란색이면서 날카롭게 아래로 구부러져 있는 부리, 적갈색의 머리와 눈 뒷 부분으로 그려진 흰색 눈썹선, 그리고 비늘 무늬가 선명하게 보이는 가슴 부분까지... 어? 암컷 딱새가 아니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때까치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감을 펼쳤다. 하지만 도감에 나와 있는 때까치들은 공통적으로 검은색 눈선을 갖고 있었으나 사진에 찍힌 녀석은 눈선이 검지 않다. 때까치가 아닌가? ‘이 정도 작은 크기(참새만 하다.)면서 맹금류처럼 부리가 구부러져 있는 녀석들은 내가 아는 한 때까치들 밖에 없어. 어쩌면 암컷일 수도 있어...’ 싶어 도감을 다시 뒤진다. 대부분의 도감에는 때까치 수컷의 사진들만 있었는데, 다행히 암컷 때까치 사진이 하나 실려 있는 도감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내가 찍은 녀석과 완전히 닮은 꼴. 설레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 내려간 때까치의 특징은 녀석이 때까치 암컷임을 분명히 해 주었다. 앎의 뒤에 오는 청량함과 기쁨! 그렇지만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직도 관찰이 서툴구나, 여전히 난 덤벙대는구나, 변함없이 그냥 넘겨짚는구나.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 준 새들에게 미안해졌다. 즐겁지만 더 신중하게... 보는 데에 신경을 좀더 집중해야 해. 관심을 더 가져야 해.

관찰정보

  •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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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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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
    맑음 | 기온 3.7℃ | 강수량 0mm | 습도 23% | 풍속 5.5m/s
  • 관찰시각
    2024년 1월 8일 오후 3시

생태정보

  • 분류체계
    동물계 Animalia > 척삭동물문 Chordata > 조강 Aves > 참새목 Passeriformes > 때까치과 Laniidae > 때까치속 Lanius
관심대상(LC) IUCN적색목록3.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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