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이 사람들을 부르는 동네 까페거리입니다. 지난봄 가로수 아래마다 기특하게 꽃을 피운 고들빼기며 냉이며 민들레를 보면서, 벌써 반짝이는 깃털을 달고 바람에 흔들리는 씨앗을 보면서, 역시 낮고 작은 것들이 질기고 풍성할 때 세상은 좋구나, 이러면서 이 길을 지나갔는데. 돌아올 때 보니 날벼락처럼 모두 뽑혀나가고 있었습니다. 씨앗이 날리면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싹 다 뽑아야 한다고. 벚꽃이나 은행잎은 이쁘니 좋고 이 작은 풀들은 이름도 개성도 없이 해롭기만 한 것일까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왔었다는 걸 기억해주고 싶어 고들빼기 사진을 찍고 있자니 차례대로 풀을 뽑으며 나아가던 작업자 아저씨 한 분이 묵묵히 기다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이거 뽑는 게 일인 사람들인데... 다 찍었어요?" 사실 마음이 더 아팠던 건 그 아저씨 때문이었어요. 그분을 원망한 게 아닌데 그분이 미안해하시니. 우리는 늘 낮고 작은 데에서 우리끼리 미안해하며 살고 있는지도요... 내년에도 꿋꿋하게 또 꽃을 피울 가로수 아래 틈에 사는 풀들,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관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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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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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정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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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맑음 | 기온 22.1℃ | 강수량 0mm | 습도 18% | 풍속 2.7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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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시각2015년 4월 25일 오후 3시
생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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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체계식물계 Plantae > 피자식물문 Magnoliophyta > 목련강 Magnoliopsida > 국화목 Asterales > 국화과 Asteraceae > 갯고들빼기속 Crepidiastrum
약관심(LC) 한국희귀식물목록집(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