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 실외기 위에 먹이대 놓았어요. 실외기 앞에 있는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새들은 나무에 먹이대에 내려 앉기 전 주변을 망볼 때 때로는 짝과 함께 와서 교대로 대기할 때 때로는 먹이대에서 물고 간 먹이를 쪼아먹을 때 그럴 때 앉습니다. 대추나무는 느긋느긋 양반나무예요. 영산홍이 발랄하게 꽃을 피우고 벚꽃은 모두 져서 잎이 나올 때까지 저 혼자 체면 따지느라 앙상하게 서 있어요. 묵묵하다기 보다 미련맞고 때로는 새초롬해 보였는데 올해는 덕분에 이파리 없는 가지에서 새를 더 보겠네요. 1층에 살면 내 것이 아닌 나무도 반쯤은 내 것 같아요. 보잘 것 없지만 창문만 열면 누릴 수 있는 아파트 정원도 반은 내 것이지요. 심지어 제가 직접 가꾸지 않아도 돼요! 게으른 아파트인은 약간의 환타지를 갖고 사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 아침의 5분 행복 끝. 새소리 정말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