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날아가는 모습을 목격한 황조롱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보니, 헉! 커다란 새가 큰 원을 그리면서 날고 있었어요. 직감적으로 황조롱이는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덩치가 너무 컸고, 날개가 두꺼웠으며, 날고 있을 때 중간중간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ㅠㅠ 사진찍을 시간이 넉넉히 있었고, 심지어 머리 바로 위에 있었음에도 미숙한 실력 때문에 사진 건진 게 많이 없네요....ㅜㅜ 어쨌든 녀석은 하늘에서 큰 원을 돌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혹시 또 나타나주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고 몇 분간 하늘을 살폈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꽤 만족스러운 만남이었어요. 찍으면서도 말똥가리겠구나 싶었는데 혹시 모르니까 도감을 찾아봤는데 역시 말똥가리네요. 말똥가리는 변이가 심하다고 하는데 이 녀석도 변이 개체입니다. 특이하게도 배에 큰 다이아몬드 하나가 있는 것 같아요. 또, 도감을 찾아보다 1달 전에도 깃털 색이 유사한 말똥가리를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 근처에 서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도 품어봅니다. 새로운 종을 보거나, 제대로 보지 못한 새를 제대로 보는 건 언제나 짜릿하고 흥분됩니다. 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맹금류들을 새롭게 보거나 제대로 보는 건 더욱 짜릿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말똥가리를 근접한 거리에서 제대로 보게 되어 매우 기뻤던 날입니다(비록 미숙한 실력 때문에 사진을 많이 못 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