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자연관찰자, 시민과학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연말 인사를 드린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네이처링은 2024년 올해에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네이처링은 지난 10년 동안 자연관찰자들의 기록 하나하나의 가치와 의미를 소중히 지키며 우리나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시민과학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6만여 명의 자연관찰자들과 1백70만여 개의 기록이 시민과학과 자연생태교육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다양한 연구와 교육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네이처링의 처음은 외로웠습니다. 어렵기도 했습니다. 전국 각지를 열심히 찾아다녀도 꿈쩍하지 않는 벽, 열리지 않는 문, 상상도 못 한 오해 앞에서 마음 아팠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자연을 구경과 이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우리와 같은 존재로서 관계 맺는 자연관찰’, ‘보이는 모습만이 아닌 통합적인 생태정보를 증거로 남기는 관찰기록’, ‘나와 우리의 증거를 내일의 모두를 위해 함께 나누는 기록공유’, ‘이러한 활동을 작은 팀이 만든 우리나라 처음의 생소한 플랫폼에서 한다는 것’. 이 중 어느 하나도 동의 받기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관찰기록의 공유와 이를 통한 우리나라 시민과학의 시작, 과학의 민주화, 시민과학과 자연생태교육의 순환, 그리고 생태시민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의 가치를 말할 때, 네이처링은 자주 ‘데이터 장사’의 누명을 쓰곤 하였습니다. 네이처링이 시작된 10년 전과 이후 몇 해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네이처링은 꾸준히 전국의 자연관찰자와 작은 모임, 시민단체, 여러 기관과 학교를 찾아다녔고 네이처링을 설명하고 함께 경험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사용자들을 만나며 네이처링 플랫폼의 기능과 내용도 더디지만 하나씩 최선을 다해 개선해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창원에서 한 분, 인천에서 한 분, 일산에서 한 분, 자연에서 만나는 생명들과 맺은 관계의 기록을 네이처링에 공유하는 회원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먼저 경험한 회원이 다른 자연관찰자와 모임을 네이처링으로 안내하였고, 네이처링팀은 관찰자의 마음과 시간, 하나하나의 기록을 소중히 여기며 더 좋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네이처링은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네이처링을 믿고 소중히 여겨주시는 전국의 자연관찰자, 시민과학자가 있어서 뿌듯함과 책임감을 느끼며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 연령, 관심 대상 등 모든 것이 다양한 회원 여러분이 삶의 반경 안에서 만나는 존재들의 삶과 죽음을, 네이처링팀도 여러분의 눈과 기록을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우리는 많은 생명의 태어남과 떠남을 함께 보았습니다. 우리 중에는 슬프게도 먼 길을 떠나 흙으로 돌아가신 회원도 있습니다. 떠나신 분의 기록을 갈무리하여 남겨진 분들께 잘 전하는 것 역시 앞으로의 10년에 할 일 중 하나입니다.
‘지치지 마시고 네이처링을 잘 지켜주세요!’ 새해에 네이처링 회원께서 남기신 댓글입니다. 지난 연말 인사에도 여러 회원들께서 따뜻한 응원의 말씀으로 답장을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네이처링은 그동안 전국의 시민, 연구자, 활동가, 교사, 학생들과 함께 네이처링의 기록을 바탕으로, 유리창에 충돌해 죽는 새들을 구하기 위한 제도를 변화시키고, 제주 곶자왈의 무분별한 서식지 훼손 문제를 제기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 분포 변화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제비 모니터링을 통한 생태교육 등을 전개해왔습니다. 지금도 네이처링에 매일 수천 건씩 기록되는 다양한 생명들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소중함을 함께 이해하고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려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네이처링은 무료 서비스로 오픈하여 지금까지 광고나 협찬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과 운영을 해왔습니다. 네이처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국공립기관과 지자체의 시민과학 프로젝트, 연구 용역 사업으로 어렵게 네이처링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왔습니다. 이제는 네이처링의 지향에 공감하는 전국의 자연관찰자,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네이처링을 더욱 단단히 지켜가고 싶습니다. 시민과학의 가치와 힘을 믿는 여러분이 네이처링의 걸음에 곁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은 시민과학과 자연생태교육을 통한 생태계 보전과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네이처링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네이처링 플랫폼의 유지와 기능 추가, 시민과학 커뮤니티 프로그램 마련,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전개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네이처링이 더욱 생태적인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1월 25일
네이처링팀을 대표하여
강홍구, 이꽃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