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가지나방 종류 같다. 배는 다른 부위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서 언뜻보면 머리, 가슴, 배의 구역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며 다리와 더듬이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몸통에는 날개가 보이지 않고 털로 뒤덮여 있다. 가슴으로 추정되는 부분에는 날개의 흔적인지, 장식인지 모를 납작한 털뭉치가 달려있다. 몸통의 윗면의 털은 주황색이고 옆면과 다리는 쿠키앤크림 색이다. 배의 마디마다 녹색 부분이 드러난다. 몸통의 촉감은 매우 부드럽코 물컹해서 누에나방이 떠오른다. 멀리서 이 곤충을 봤을 때는 번데기인줄 알고 다가갔다. 이 기온과 날씨에 저만한 크기의 성체가 돌아다닐 가능성은 낮다고(없진 않겠지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다리와 더듬이가 보여서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을 들여 고민해봐도 어떤 분류군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힌트를 얻고자 원래 날개가 있는 곤충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살짝 건드려보았다. 이동하는 모습은 노린재마냥 걷는 것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보통 날개 기형인 곤충이 절뚝 거리며 걷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날개 없는 나방 종류일 것 같다는 이해가 안되는 결론이 내려졌고 구글 검색을 통해 실제로 날개 없는 나방이(정확히는 퇴화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꽤 오래 관찰을 쉬었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새로움과 경각심을 주는 친구였다.